부천시 약대동에 자리한 새롬교회.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됩니다.(고후 5:17)’라는 말씀을 모토로 25년 전 세워진 교회다.
한국 교회의 성장주의를 꼬집어 흔히 하는 말로 한국에는 두 가지 형태의 교회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대형 교회’와 ‘대형 교회가 되고 싶은 교회’. 그러나 새롬교회는 이 둘을 다 거부한다. 대형 교회 목회가 아닌 마을 목회를 지향한다. 그래서 먼저 지역을 탐구했다. 지역사회에 퍼진 가정 해체의 위기를 공부방과 가정상담소를 세워 풀어냈다. 이제 녹색과 생명, 생태를 화두로 교회와 지역이 네트워킹해 교회가 위치한 지역을 행복하게 변모시킨다. 새롬교회가 있는 약대동은 이미 예수 마을로 진화하고 있다.
지역의 약자, 소외된 아동을 돌보다
새롬교회의 담임 이원돈 목사는 청년시절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간사로 일했다. 사무실에서 우연히 약대동 지역 조사보고서를 보았다. 그때 마음에 품은 “이런 빈민 지역에서 목회하고 싶다.”는 기도가 이루어져 80년대 초, 뜻 맞는 청년 몇 명과 함께 약대동에 교회를 세우게 되었다.
“오늘 한국 교회는 가난한 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의 상처를 고치고 싸매는 예수 운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무너지고 해체되어가는 가정이 예수 가정으로 다시 부활되고, 무너져 가는 지역 사회가 예수 마을로 다시 부활되어야 합니다. 섬김과 나눔이라는 기독교 복음에 입각한 자원봉사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날 때 교회는 생명력을 얻을 것입니다.”이원돈 목사의 고백처럼 당시 젊은 목사들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신앙고백으로 가난한 서민현장을 찾아들어 갔다.
1986년 6월 8일 세워진 새롬교회는 창립 당시부터 약대동 지역의 무주택 전월세 맞벌이 부부와 아이들에게 선교의 초점을 맞췄다. 이미 창립을 준비하던 4월 5일부터 새롬어린이집을 개원해 방치되는 어린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새롬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 부모와 지역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1990년 ‘새롬 만남의 집’을 개소하고 방과후 공부방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1989년 2월에는 새롬교회의 한 집사가 사재를 털어 마을도서관 격인 ‘약대글방’을 열고 5천여 권의 책을 비치해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1990년 교회 제직회를 통해 그동안 지역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어린이집과 공부방, 도서관을 묶어 ‘새롬교회 지역선교위원회’를 구성했다.
|
△ 약대동 주민자치센터 3층에 위치한 약대신나는가족도서관 |
지역과 교회가 시도한 마을공동체 운동, 마을만들기 사업
IMF가 터지면서 부모의 이혼과 가출로 인한 가정 해체가 가속화 되었다. 결손가정과 아동학대가 빈번했다. 지역 아동을 위한 사업도 중요하지만 가족구조를 더 튼튼히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2000년 가정지원센터를 세웠다.
“목회 10년차에 들어가면서 놀란 일이 하나 있었는데 약대동 사람들의 목표가 우리 마을을 떠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어요. 잘살게 된 분들은 좀 더 좋은 동네로 옮기고 어려운 집은 가정이 붕괴되고 해체되어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마을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교회도 목회도 선교도 필요없구나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와 가정과 마을 전체를 목회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고 가정과 마을 전체를 돌보는 마을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2001년부터는 약대동 마을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푸른부천21 실천협의회가 추진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의 시범사업 주관자로 나선 것. 약대동 지역의 복지와 교육을 한 단계 끌어올려 온전한 ‘마을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
△ 새롬지역아동센터 |
“부천의 자매도시인 일본 가와사키 시를 방문했습니다. 그 도시 모델에서 배운 것이지만 이제 곧 지역의 자치센터를 중심으로 한 교육, 즉 평생 교육의 시대가 열리리라 보고, 그간 가정지원센터에서 해왔던 아동을 중심으로 한 교육에서 이제 여성들을 위한, 주민들을 위한 평생 교육으로의 선교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약대동 주민자치센터의 주민자치모임과 약대초등학교, 새롬가정지원센터를 연결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한 교회의 노력으로는 힘들다고 보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을 도모한 것.
2004년 7월부터는 주말학교 문화교실을 개설했다. 9월 11일에는 본격적으로 약대동 주말학교 개교식을 가졌다. ‘토요 신앙 교실’이 ‘토요 문화 교실’로 다시 ‘주말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 견학, 수영교실, 종이접기, 사물놀이, 생태교실, 에어로빅, 주말 가족여행 등 활동 범위를 넓혀나갔다. 아이들로부터 시작된 약대동 새롬교회의 사역은 아이들에게 약대동을 ‘떠나고 싶은 동네’가 아니라 ‘살기 좋은 마을’, ‘이사 가면 아이 혼자라도 남겠다고 왕고집을 부리는 동네’로 자리잡게 했다.
새롬교회와 시민단체, 노동조합, 공무원, 언론인, 기업인 등 다양한 주민이 함께하는 ‘푸른 부천 21’은 부천 곳곳에 새롬교회의 ‘약대글방’과 같은 작은도서관을 세우는 것으로 결실을 맺는다. 부천지역 내의 도서관 운동에 관심이 있는 복지관, 사설도서관, 공공도서관 실무자들이 함께 모여 작은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공립, 사설, 학교도서관 등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를 하고 부천 시 도서관 활성화에 대한 심포지엄을 통해 부천 시로부터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심곡복지관과 약대 새롬교회, 고강복지관이 주민자치센터형 복지관에 도서관 사서 지원과 시설 지원을 함으로써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활성화와 기반을 조성하였다. 약대동 마을 만들기를 통해 약대글방은 약대신나는가족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꿔 2000년 개소한 주민자치센터 건물에 입주하게 된다.
교회 목회를 넘어 마을 목회로
새롬교회는 작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지역 안에서 지역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목회자와 함께 지역 목회의 사명을 감당한다. 지금까지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해온 마을 공동체 형성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를 열었고, 푸른부천 21 운동, 작은도서관 운동,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을 통해 ‘복지생태계’를 네트워크 해 왔던 것. 최근에는 푸른부천 21과 함께 환경 코디네이터 교육과 마을인문학교실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선교적 실천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각 도시의 마을과 교회를 잇는 복지, 교육, 문화 선교의 그물망으로 서로를 연결하며 큰 교회와 중형교회, 작은 교회가 서로의 우열을 앞세우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파트너로 삼는 생명 선교와 생명 목회의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마을을 살리고 도시를 살리고 자연과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상생하며 생명평화에 기초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할 때에만 한국 교회가 살고 마을이 살 수 있습니다.”
이원돈 목사는 지금까지 새롬교회가 해온, 앞으로 해나갈 운동을 “생명망짜기 운동”이라고 밝힌다.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문명을 준비하기 위한 교회의 생태적 재조직화를 의미하는데, 이 길이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구체적 방향이라고 말한다.
“문화적 영역에서 새 일자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미래의 노동은 상상력, 감성 등 꿈꾸는 능력이 새로운 노동의 능력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 문화적 일꾼을 훈련하는 인큐베이터가 문화의 집, 박물관 도서관 등 지식문화시설에서 자원 봉사하는 ‘문화적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최근 한국사회의 마을마다 세워지고 있는 지역의 공부방, 작은 도서관, 박물관과 같은 마을의 교육, 문화, 복지 네트워크들은 새로운 지역사회의 학교이고 지역과 시민사회의 문화적 노동을 실험하는 새로운 일자리들이 될 것입니다. 즉 미래시대의 일자리는 새로운 공동체적 관계망을 짜는 일이고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관계 그물망, 구원의 그물망, 안전의 그물망을 짜며 스스로 갖고 같은 소 공동체에서 구원의 삶을 사는 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새롬교회의 문화운동은 마을을 새롭게 디자인하기에 이르렀다. 어두운 빈민가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골목 축제, 마을 놀이터, 생태공원 조성 등을 통해 교인들만의 행복이 아닌 마을 주민들이 함께 행복해지기를 꿈꾸며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을 섬겨왔다.
어린이집, 공부방에서 시작된 사역은 주민자치센터의 도서관으로 확대되고, 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어르신들을 위한 은빛도시락 배달과, 한글문해교육, 그리고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글교실, 인문학 강의까지 마을의 필요에 맞춰 계속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김은혜 교수는 새롬교회의 이런 시도를 “교회와 마을과 지역을 잇는 생태계를 만드는 선교”로 정의했다. “복지, 교육, 문화를 포괄하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그 제반요소들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생명평화가 지켜지는 마을을 만드는 포괄적인 선교”라는 것. 나아가 “‘마을 만들기’선교를 통해서 고립된 교회를 세상으로 불러내고 축복과 번영신학에 중독된 교회를 치유하며, 경쟁으로 파괴된 교회생태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회복시킬 것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선교방식이 인적/물적 자산의 고갈을 실감하고 있는 전체 한국 교회의 93%에 이르는 4만 9천여 소형교회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작은 교회 살리기’의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다윗과 같은 미래 교회가 돼야
이원돈 목사는 “미래 교회는 크기와 수량으로 말하지 않고 작지만 강하고 영향력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골리앗보다는 다윗과 같은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고 교회 안에서만 활동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교회가 속한 지역의 필요를 찾아내고 교회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 교회 안에서의 삶과 밖에서의 삶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신앙이 일치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삶은 포기하고 죽어서의 천국만을 바라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은 아닐 게다. 지역 에큐메니즘에 기초한 생명망 짜기 운동을 통해 이원돈 목사는 누구나 떠나고 싶어 하던 약대동을 ‘살고 싶은 동네’로 바꿔가고 있다. 교회가 있는 곳을 바로 예수 마을, 하나님 나라로 일궈가고 있다. 진정한 목회는 교회 안에서가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다. 주간 기독교 1872호
http://www.cnews.or.kr/paper/news/view.php?papercode=news&newsno=3634&pub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