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약대동 선교아케데미 참여후 이승훈 전도사와 차를 타고 데이트 했는데 이전도사님이 페이스북에 최근의 자신의 약대동 생활에 대해 글을 올렸네요,, 너무 많을 일을 해서 살짝 걱정도 되네요 샬롬!!
===마을청년's 약대동라이프 (9) "하루"
일어나 마을카페를 갔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한글공부하시러 할머니들 집 쓰시는 날이니깐, 샤워할 때쯤에 오시면 굉장히 난처하겠다는 상상을 하며 조금 일찍 나선다. 마을카페 달토에 가서 문을 열고 매니저님도 안 계시니 괜히 오픈을 대신한다.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라 어느새 오픈, 마감, 판매에서 알바생 수준을 할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조용한 카페에 홀로 앉아 책을 읽으며 손님을 기다린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소책자인데, 겨울에 제주강정평화탐방을 가기 전에 역사공부를 좀 더 집중해서 해야겠다고 다시금 주먹을 불끈 말아쥔다. 꼽이심야식당 오선생님, 청개구리밥차 대표님, 캄보디아 망고나무 출판사 선교사님이 오셨다. 추운 날씨인데 겨울옷이 없다며 가을패딩을 입고 오셔서 내 점퍼를 벗어 드린다고 하니 됐다 넣어두라식으로 만류하신다.
4명이 모여 망고나무 출판사 소식을 듣는다. 가서 이삿짐 나른 고생아닌 고생이야기에서 시작해 내년 가을에도 청년들과 현장에서 NGO 일들을 배우러 가겠다고 엄포한다. 또 선생님들과 내년 4월에 필리핀 타클로반에 가서 북 페스티벌(I Love Peace)을 하게 된 사연과 과정들, 그리고 그런 마을축제들을 캄보디아에서도 상상해보자고 이야기한다. 그 와중에 온갖 네트워크들이 발동된다. 캄보디아에서 팝업북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한국의 3대 팝업북 전문가의 연락처가 나온다. 나는 지역에서 도장없는 도장을 진행하려는 생각이 청소년들을 위해 무술도장을 세우려고 준비하는 NGO 대표님과 미팅으로 연결된다.
선교사님이 약속이 있으셔서 작전역 근처에 모셔드리기로 했다. 가는 차 안에서 선교사님께 내면에 움틀대는 명예욕과 시기심에 대해 토로하고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비추어 본다. 친구분 만나 식사하면서 친구 목사님께 농성장과 시위현장에서 돕는 일에 의기투합하자는 권유를 받는다.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에 대해 빚진 마음이 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노동환경과 시민운동에 대해 공부하는 거니 가능한 역량 안에서 참여하겠다고 답한다. 그리고 얼른 차를 몰고 테크노파크로 향한다.
어제 갑자기 잡힌 약속인데 시간이 촉박하게 흐른다. 플리마켓을 운영하시는 대표님과 컨설팅해주시는 선생님을 뵈었다.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다 청년 협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움직이기 시작한지 어언 2년, 예비적 형태의 모습이 띠기 시작했다. 우리동네와플이란 브랜드로 벨기에 와플을 팔기 시작한 것도 그에 일환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감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분들과 연대하여 좀더 현실성 있는 형태에서 사회적 기업 창업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건강한 경제공동체라는 본질을 취하는 거라면 그것을 표현하는 형식은 유연할 수 있다. 그래서 계속 논의하며 진행하기로 합의에 이른다.
그리고나서 아까 소개받은 도장 관련된 분을 만나러 달려간다. 새로 소개를 받고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소개한다. 이럴 때가 참 어렵다. 특정한 직업이 없다시피 하니 부천에서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시 시작한 연유와 계기들을 설명하고 내년에 생각하고 있는 도장없는 도장, 마치 건물없는 교회와 같은, 에 대한 현실적 방안들을 두서없이 말한다. 서로가 당장은 어떤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상황이 맞지 않으나 좀 더 진지하게 다시 고려하기로 하고 만남의 일정을 잡고 헤어진다.
뒤늦게 나의 일터로 들어간다. 사전에 양해를 구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다.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들을 성실하게 도우려하는데 의욕만큼 안 된다.
오늘은 원래 남규랑 아이들이랑 풋살하러 가는 날인데, 지선위 모임이 있는 걸 까먹고 있었다. '종교개혁 500주년과 명성교회 세습'이 오늘 학습주제가 되어 시의성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교회를 안 다니는 분들도 있고, 연령과 생활형태도 다른 여러세대의 마을 일꾼들이 열심히 참여한다.
끝나고는 담임목사님과 차 타고 돌면서 속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주저리주저리 온갖 이야기들을 다 들어주시고 들뢰즈와 가타리의 배치와 흐름, 되기 철학에 대해 깊이 공부해보라고 하신다. 왠지 목사님 답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이야기하고 나니 정리가 된다.
꿈터에 돌아와 내일 교수님이 마련해주신 자리에서 할 발표를 준비한다. 새롬공동체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간단하게 학우들에게 나눠야 하는데, 많은 말보단 진실해지기 위해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한 달 전에 부탁하셨을 때부터 어떻게 접근하고 전달해야 할 지 그려보았는데 허투로 말고 진솔하게 나눔을 해야겠다고 나를 다독인다. 약한 것도 그대로 강한 것도 그대로. 마을청년으로 사는 오늘은 좀 길었다. 오랫동안 끌어온 일들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재미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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