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수혜자 아닌 ‘주체자’로 활동 기대
‘신중년’에 맞는 차별화된 교회사역 필요
“아들아, 임영웅 콘서트 좀 예약해줄 수 있을까?”
5060세대를 중심으로 화려한 팬덤을 자랑하는 임영웅은 신중년들에게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한다. 이뿐 아니라 영탁, 장민호, 김호중, 송가인 등 트로트 가수를 중심으로 옌예인을 ‘덕질’하는 중장년층의 모습은 이제는 여러 가정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에 대한 ‘본방사수’는 기본이며, 음원사이트에서도 음원을 적극 소비하고, ‘굿즈(연예인 관련 상품)’를 산다. 여기에 기부 서포트와 조공은 물론이거니와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등 열성적인 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과거 등산, 골프, 등의 야외활동을 취미로 삼았던 중년들이 이제는 연예인 팬클럽 가입, 영화 및 뮤지컬 관람 등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문화를 즐기는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주체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50세 이상의 연령층을 ‘액티브시니어’(Active Senior) 혹은 ‘오팔(OPAL)세대’(Old People with Active Lives)라 부른다. 급격한 고령화의 흐름 속에서 젊은 세대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뚜렷한 자기 가치관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신중년들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교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경제력과 시간의 여유 갖춘 ‘신중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세계 경제대전망’에서 “만 65~75세 ‘욜드(젊은 노인·Young Old)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그들의 선택이 앞으로 소비재, 서비스,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액티브시니어’가 경제적 능력을 갖춘 소비의 적극적 집단을 떠오르면서 중고령층 대상의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가진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면서 본격적으로 여가생활에 임하게 된 것”이라며, “이들은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하는 새로운 중년이라는 뜻에서 ‘신중년’이라고도 불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고령층에 비해 학력도 높고 문화적인 개방도도 높은 편이다. 일자리 전선에서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젊은 세대라는 인식 속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교회 안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는 “교회에서도 이들을 위한 다양한 취미활동모임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신앙의 틀 안에서 함께 건강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유한다면, 서로 위로받고 삶의 질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노노(老老)케어’라는 말처럼 같은 연령대의 노인들이 서로 기댈 때 위로를 받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삶의 지혜와 경험을 갖춘 노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기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특화된 사역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윗세대와 다음세대 잇는 가교역할
엔데믹 시대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멈춰있던 교회의 시니어 사역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성동구 꽃재교회(담임:김성복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제5회 브라보시니어’ 행사를 지난달 28일 진행했다.
지역의 어르신들 300명을 초청한 가운데 열린 행사는 교회사역이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첫걸음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행사에서는 성동구립극단의 단편 연극 꽃고무신, 트로트 등 음악콘서트와 함께 어르신들의 위한 건강음료 선물 등 노인세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밖에 꽃재교회는 70세 이상 실버세대가 활기찬 노년의 삶을 보낼 수 있도록 학기별로 매주 수요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성경이야기반 △하모니카반 △게이트볼반 △비즈공예반 △슐런반 △풍선아트반 등이 있다.
경기도 부천시 약대동에 위치한 부천새롬교회(담임:이원돈 목사)는 지난 2019년부터 노인들을 돌봄의 수혜자가 아닌 주체자로 세우기 위한 ‘신중년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중년세대가 도시농부가 되어 공동 텃밭을 일구고, 집수리 및 주택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 재생 일꾼으로 지역사회 돌봄사역의 주체자가 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특히 교회는 이들을 박막례 할머니와 같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어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영상편집교실’도 운영한다. 노인들이 멀리 떨어져 요양원에 가지 않도록 어르신들을 직접 ‘마을 복지사’로 키우기 위한 △요양사 교육 △독거어르신 반찬 섬김 △다문화가정의 언어소통 및 안전 도우미 교육 등도 실시하고 있다.
이원돈 목사는 “코로나 이후 교회는 교회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중심으로 사역을 전개해야 한다. 특히 신중년을 마을의 자존감을 높이는 인생 박물관으로 세울 때 교회가 지역사회 내에서 다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령화의 흐름 속에서 신중년 세대를 위한 교회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그의 저서 ‘빅체인지 한국교회’에서 신중년층을 회복시키고 다시 세울 때 교회가 새로운 부흥의 역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박사는 “현 한국사회에서 신중년은 인구 구성도 가장 크고 경제력도 가장 높다. 특히 신중년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다른 세대들보다 많고, 인생의 경험과 지혜가 높다”며, “이러한 역량을 가진 신중년은 아래와 윗세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신중년 사역을 잘하면, 이들이 주일학교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양육하고 이끌어줄 것”이라며 “훈련받은 신중년들이 노인이 되어도 교회 안에서 지속적 사역자와 훈련자로 세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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