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작은 교회 박람회가 10월 3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린다. 전국 각지에서 작음을 추구하는 이들이 한곳에 모여 벌이는 축제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박람회.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에게 희망과 대안을 주려고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행사가 쇼윈도 축제로 끝나지 않기 위해, 작은 교회 운동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되짚는 자리를 기획했다. 9월 23일, 작은 교회 박람회를 주관하는 생명평화마당 준비위원들과 좌담회를 열었다.
박득훈 목사(준비위원장·새맘교회), 이은선 교수(신학위원장·세종대), 이원돈 목사(교회위원장·새롬교회)와 함께 왜 작은 교회 운동이 필요하며 우리는 어떤 신앙을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해 봤다. 사회는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가 맡았다. 좌담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박득훈 목사는 대형 교회의 제국신학, 성전신학이 무너지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기독교의 본령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작은 교회여야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큰 교회 가면 편한데 작은 교회가 왜 필요할까
강도현 / 많은 사람들이 왜 굳이 작은 교회를 가야 하는지 당위성에 의문이 있다. 작은 교회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박득훈 / 우리가 말하는 작음은 규모의 작음이 아니다. 큰 교회를 원하지만 능력이 안 되어 작은 교회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작은 교회가 아니다. 작음이 갖고 있는 신앙적인 의미, 신학적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굳이 작아지기를 지향하는 교회가 작은 교회다. 작은 자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작은 자들과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방법으로 사는 것이다. 큰 게 이기는 세상, 강자가 이기는 세상에서 평화와 작음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원돈 / 한국교회는 산업화 시대를 살고 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대량 폐기와 같은 관행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다품종 소생산 사회다. 획일적일 수 없다. 지역사회와 마을에 작지만, 가치를 드러내는 다품종 소생산 형태의 교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에는 대형 교회를 닮지 못한 중소형 교회들만 많았다. 이제는 작지만 영향력 있고 똑똑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150여 명 규모의 미국 세이비어교회가 롤 모델로 등장하는 이유다.
이은선 / 대형 교회 다니면 편하다고 한다. 사실 사람들은 일주일 노동으로, 먹고사는 문제로 피곤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 대형 교회는 안식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교회에서 직접 노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의를 주는 종교라는 것은 삶의 액세서리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우리를 궁극적 관심에 다가가지 못하게 한다. 아무리 오래 교회 다녀도 인간이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삶과 신앙이 하나로 연결되고, 개인이 연결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교회를 추구해야 한다.
강도현 / 사실 대형 교회에 다니면 몸이 편하기 때문에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박득훈 / 릭 워렌도 메가처치야말로 이상적인 교회라고 했다. 매력적인 부분이 있는 건 맞다. 잘 맞는 소그룹에 들어가서 삶을 나눌 수 있고,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하게 성도들의 편리를 채워 주는 것이 제자도의 핵심은 아니다. 좁은 길을 걸어가면서, 하나님나라를 발견해 가는 그런 도는 작음을 지향하지 않고는 도저히 깨달을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편리에 유혹당해 있는 그런 상태를 벗어나서, 조금 불편하고 고생스럽더라도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길, 마음을 회복하면 좋겠다.
이원돈 / 한국교회가 최근 일종의 웰빙 단체, 웰빙 센터로 변하고 있다. 아무리 요가와 명상 같은 걸 하고, 교인들 편리함을 채워 줘도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그것이 내포한 위험에 대해서 작은 교회가 저항해야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회라는 것은 우리를 편리하게 잘 살게 하려고 존재하는 게 아니다. 영적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이은선 / 박득훈 목사님이 말한 메가처치의 소그룹 구성원은 사실 하나의 원자일 뿐이다. 그 전체를 결정하는 핵심에 소그룹 사람들은 들어가지 못한다. 하나의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 편할지 모르겠지만, 진정한 성장과 진정한 인간화를 위해서는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직접 고난도 겪어 보고, 심각한 결정도 해 봐야 한다. 스스로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야 한다. 주는 것만 받아가는 것으로는 안 된다. 각자가 온전한 주체력, 온전한 생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어야만 신앙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 함석헌 선생은 "하늘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주지 않는 종교는 모두 사이비"라고 했다. 직접적으로 하늘과 연결할 수 있는 교회가 되려면 메가처치는 안 된다.
박득훈 / 인형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이 시대에 길들여진 하나의 부속품으로서의 자아인 것이다. 그런 신앙생활로는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할 수 없고 타인과 연결되지도 못한다. 그것을 깨달아야 자아가 발전하고,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신앙생활이다.
▲ 이원돈 목사는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마을 생태계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사회를 산업화시대에 물든 교회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큰 교회는 작은 이들 목소리 이해할 수 없다"
박득훈 / 세월호 가족이 겪는 고통에 대해 대부분 대형 교회들 반응은 '지겹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아직도 자식과 이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교회를 생각하면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가 되어야 고통당하는 게 뭔지, 서러움이 뭔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고 비로소 알 수 있다.
이은선 / 사람들은 구원을 얻기 위해 교회를 찾는다. 그런데 구원받았다는 뜻은 죽음 이후 삶까지 보장받았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교인들은 삶에 대한 근본적 흔들림이 없다. 자신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부패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미래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을 때에 옆 사람도 생각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죽음 이후의 삶이 보장돼 있고 모든 축복이 있다고 하는 상태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이원돈 /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자살한다. 젊은이들은 n포세대에 산다. 그들이 이 사회를 가리켜 헬조선, 지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옥에 저항할 만한 개인의 사회적 힘도 상당히 위축돼 있다. 우리 교회는 어떤가. 한국이 헬조선화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헬조선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을 구체적으로 지배하는 폭력적이고 약탈적인 권세에 대해 저항하고 예언자적 음성을 내는 역할을 교회가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 영성이다.
마을을 회복시키는 교회, 아이들을 살리는 교회, 여성을 세우는 교회
강도현 / 특히 30~40대가 교회를 많이 떠나고, 자연스럽게 자녀들도 무너지고 있다. 과연 작은 교회가 떠난 교인들에게 답을 줄 수 있을까.
이은선 / 30~40대가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뭘까. 교회가 그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성공에 대한 메시지도 주지만, 진정 그들 삶에 어떤 좋은 것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는 성직자가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권위가 되지 못하기에 떠난다고 생각한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이 있다면,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자발적으로 존경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오늘날 그 일을 못한다. 교회에서도 목사가 여성 신도를 하나의 노리개로 삼지 않느냐. 교회 나올 이유가 없다.
이원돈 / 교회는 지역과 따로 논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량 생산의 산업화 시대를 지나고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마을 공동체가 붕괴하고 있다. 교회가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 박람회의 마을 생태, 사회적 영성, 녹색 교회, 여성 스토리텔링 네 가지 주제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을 생태다.
박득훈 / 교회도 아이들에게 세상과 똑같은 것을 가르친다. 예수 잘 믿으면 성공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교회가 말하는 성공을 정말 하고 싶다면, 교회 안 가는 게 유리하다. 옛날엔 교회 가면 재밌었고, 매력적인 게 많았다. 요즘은 세상이 훨씬 재밌고 문화도 훨씬 앞서 나간다. 세상 따라해서는 더 이상 청년을 끌어들일 수 없다. 자본주의는 돈이 신이다. 교회 안 나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대안적 철학을 만들고 이를 삶과 마을 공동체를 통해서 줘야 한다. 마을 공동체, 마을 생태계 흐름을 만드는 교회를 만들려는 이유다. 산업화 시대가 붕어빵처럼 찍어 내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서 실현하는 아이들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은선 / 네 가지 주제 중 여성 문제도 있다. 이 논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세 가지 모토가 있다. 탈성직, 탈성별, 탈성이다. 탈성직에 대해 예를 들면 지금 권위라는 것은 제도에 의해 연명되고 있다. 그것을 내려놓고, 후천적 노력과 자기 갱신에 의해 목회자가 되고 지도자가 되려면 기구로서 만들어진 성직 제도를 한 번 더 무너뜨려야 된다. 삶에 의해 얻어지는 권위에는 남성 여성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남성에만 의존하는 설교를 지양하고, 리더십에 성별 구분이 없게 한다든가, 여러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남성들도 권위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 이은선 교수는 여성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은 교회에서의 양성 평등과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강도현 / 끝으로 편의를 추구하는 성도들에게, 교회를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이번 박람회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소개해 달라.
이원돈 / 작은 교회 박람회가 네 번째를 맞아 이제 구체적 콘텐츠가 나오기 시작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거대 담론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한국교회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취합해 네 개의 콘텐츠로 제시하려고 한다. 서구 신학 500년을 넘어 이제는 구체적인 한국의 신학과 교회론이 우리의 현장에서 경험한 신학으로, 새로운 신학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박득훈 / 작은 교회 박람회에 아직 안 와보신 분들이 이번에 꼭 오시길 바란다. 특별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외롭고 슬퍼 힘들었던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 여기에 오면 동역자가 있고 동지가 있다. 큰 게 으스대는 세상에서 여기 생명 평화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기쁨을 얻고 회복하는 자리가 된다면 좋겠다.
이은선 / 막힌 물꼬가 트이기만 하면 한국교회가 사회와 문명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작은 교회 박람회는 그동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귀하게 일하고 있던 씨알들을 모아 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박람회를 통해 '나만 소외된 게 아니었구나, 이것이 그리스도의 길이구나' 깨닫길 바란다. 서로 북돋아 주고 파급효과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패널들은 10월 3일 열리는 박람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혼자서만 끙끙대고 있지 말고, 같은 생각으로 교회를 세워 나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힘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