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칼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회의 역할 [사회자본]|

＜정재영 칼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회의 역할 [사회자본]| 은혜가 쫄쫄

시냇물가 사슴|조회 41|추천 0|2016.06.08. 14:34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회의 역할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l 등록일:2016-06-07 14:09:08 l 수정일:2016-06-07 20:55:14  ▲정재영 교수 위기의 한국 사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연초부터 잇달아 가정 폭력 사건들이 벌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여혐 논란을 빚은 도심 살인 사건과 지하철역의 청년 노동자가 근무 중에 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갖가지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안전 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오히려 더 위험 사회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의 삶의 질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5일 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의 질 지수’를 보면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중 하위권인 28위를 차지했다. 2012년 24위, 2014년 25위에 이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환경, 주거, 건강에 대한 지표들이 모두 나빠지고 있는 데다가 공동체의 결속도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75.8%로 멕시코 다음으로 낮았다. 누군가 진실로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공동체 풍토가 매우 취약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업이 어려워 기본적인 삶 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N포 세대라고 말할 정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 삼포 세대라고 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부에서는 '프리미엄 코리아‘를 외치지만, 청년들은 ’헬조선‘이라며 극도의 절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경제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의 빈곤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실업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범죄나 자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10여년 가까이 우리나라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경제적 불안정과 취업 준비로 인해 혼인율과 출산율을 저하시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는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고통과 긴장을 주며 강력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위기감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 자본 이러한 경제적인 위기 상황은 사회 구성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이것은 사회 자본의 쇠퇴를 가져온다. 사회 자본이란 협력 행위를 촉진해 사회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 조직의 속성을 가리키는 말로, 사회학자인 퍼트남은 사회 자본은 생산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 목표를 더 쉽게 달성하도록 해 준다고 말한다. 곧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보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많은 것을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인 압박은 이러한 사회 참여를 약화시킨다. 퍼트남은 경제적으로 곤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저소득층은 잘 사는 사람들에 비해 모든 형태의 사회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훨씬 덜 참여한다고 말한다. 결국 사회 자본의 쇠퇴는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까지도 위축시킴으로써 악순환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사회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 환경에서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게 되면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동체 운동을 통해 사회에서의 결속감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신뢰감은 사람들에게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며, 시민적 연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게 될 것이다. 퍼트남은 신뢰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번성하는 곳에서는 사람들을 잠재적 경제적 파트너와 연결시켜주고, 고급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동체 운동은 경제 문제를 극복하면서 사회자본을 축적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자본은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기도 한다. 퍼트남은 사회 자본이 높은 지역에서는 공공장소도 더 깨끗하고 사람들도 더 친근하며 길거리는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재작년 송파 세 모녀 사건에서 보았듯이, 어려운 경제 현실은 사회 구성원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넣기도 하는데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사회적 고립이다. 이 사건 당시 긴급 복지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정보로부터 단절되어 이러한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따라서 사회 교섭을 증진시켜서 관계들이 두터워지게 되면 사회 구성원들을 고립시키지 않고 사람들의 관계망 속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사회자본 형성을 위한 교회의 역할 그런데 사회자본에 대한 퍼트남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는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라는 책에서, 미국에서 볼링리그의 감소가 자발적 시민 결사체를 통한 공동체의 참여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볼링장에서 피자와 음료를 들면서 사회적 교류를 하고 공동체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자기만의 여가를 즐기려는 ‘나홀로 볼링족’만 북적대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사회 자본의 감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사회 자본이 잘 형성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교회이다. 교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예배 때마다 좋은 말씀을 들으며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주중에는 소그룹으로 모여서 친밀한 대인관계를 발전시켜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 자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자본은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있다. 부천에 있는 새롬교회는 작은 교회지만 지역 공동체 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전개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이 교회에 작년 송구영신 예배 때 한 청년이 나왔는데 그 청년은 교회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출신으로 지방대에 입학하였다. 이 청년이 오랜만에 교회에 다시 나온 것은 대학을 나온 이후에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면서 절망감에 빠져 있다가 어렸을 때 자신을 돌봐준 교회가 생각나서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목사님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 목사님은 청년에게 자꾸 실패하는데 일반 기업에 취업하려고만 하지 말고 여기 이 마을에 할 일이 많은데 마을에서 할 일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마침 청년이 신방과를 졸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사님은 동네 방송국에서 전공을 살려 일해보라고 하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는 마련해 보겠다고 하였다. 그러고나서 이 청년은 동네 방송국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마을 활동가로 성장하고 있다. 이 청년이 활동을 하면서 마을 활동에 동참하는 청년들도 늘었다. 목사님이나 어른들 말에는 반응을 하지 않던 동네 청년들이 친구가 이야기하니까 선뜻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제 이 마을에서 청년 활동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교회 목사님은 새롬교회의 장점은 ‘화폐 자본’은 없지만 ‘사회 자본’이 풍부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청년들에게도 이 사회 자본을 갖추게 해주면 자신들의 힘으로 앞길을 헤쳐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교회에서도 이러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교회들이 교회 안에서는 사회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하지만, 현실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교회 안에서는 신앙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신앙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노력을 펼칠 때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