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에는 개교회를 넘어 ‘온 생명적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지역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온생명: 인간과 자연, 개체와 집단의 이분법적 구분을 떠나 만물은 상호 의존하며 보완한다는, 즉 전체로서 생명을 유지한다는 의미)
목회자와 교인들은 지역의 목사와 교인들이 되어야하고, 교회의 목표는 성장이 아니라 온 생명적 지역 섬김으로의 변화를 요청 받고 있다. 이제 세상과의 소통에 기초한 신앙 공동체로서의 교회, 이러한 신앙에 의해 만들어질 새로운 생태계로서의 ‘온생명망 교회’로 변모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마을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 교회와 마을은 함께 협동하며 생명망을 짜는 ‘마을 교회’로 자리 잡아야 한다.
첫째, 우리는 마을을 하나의 온 생명적 학습생태계로 이해해야 한다.
마을은 서로 협력하면서 공진화하는 하나의 생태계다. 그동안 산업화라는 칸막이에 갇힌 학습은 더 이상 생명적 상호작용과 창발적 자기 조직화, 상생의 공진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미래 교육의 핵심은 학교와 교회가 아니라 마을이며 지역사회가 가장 중요한 학습 생태계다.
그러므로 미래 교육은 학교나 교회에서 확대되어 마을의 공간 자체를 학습생태계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을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등을 이어 마을 전체를 학습생태계, 마을 학교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므로 작은 교회가 마을의 학습 생태계를 형성하려면 평생학습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최근 몇몇 교회에서는 마을 학습생태계 형성을 위해 매년 여름마다 ‘마을 전체가 배움터다!’라는 교육 철학으로 여름 성경학교 대신 마을학교를 열고 있다.
둘째, 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 마을의 복지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제 한국 교회는 교회라는 공간을 넘어 마을의 도서관이나 지역아동센터, 카페 및 쉼터와 같은 마을의 ‘근접 공간, 사이 공간’으로 나가야 한다. 공부방, 도서관, 복지관, 주민자치센터, 교회를 잇는 복지교육생태계를 만들고 지역, 마을, 도시 중심의 복지, 교육, 문화 생태계를 구성하며 그것이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믿지 않는다. 친구나 이웃도 쉽게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서로 협동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그래야 겨우 나 혼자라도 먹고살 수 있다는 이기심이 작동한다. 친구나 동지는 내가 아쉬울 때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한국인은 힘들 때 의지할 친구나 동료가 없다.
상호 불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 두려움, 공포심으로부터 주민과 시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먹고 사는 전장의 경쟁 상대인 이웃, 친구, 타인을 서로 믿지 못해 공동체에 다가가지 못하는 불신을 넘어서 우선 서로 믿고, 서로 약속한 규범을 잘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키워야 한다.
마을의 공동체사업(Community Business) 성공의 최우선 필수조건은 신뢰, 협동, 연대, 참여, 규범, 네트워킹 같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과 사회적 자본 위에서만 새로운 대안 공동체를 그려 나갈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을 기초로, 마을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통해 복지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향후 우리의 과제다.
마을 공동체 사역 현장.
셋째, 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 마을을 문화생태계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핵심적 도구는 바로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이다. 마을에서 끊임없는 소통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있는 마을’을 만들고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마을잔치와 축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마을의 문화생태계다.
그리고 이러한 마당이 마을에 열리기 시작하면 그곳에는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토론과 학습모임이 시작된다. 또한 신용과 신뢰의 사회적 자본들로 인해 생명이 잉태되고 출산되는 사회적 자궁과 생명망이 만들어질 것이다.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마을의 이야기 마당이 활짝 펼쳐져 나가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끝으로 교회는 학습, 복지, 문화 생태계를 상생의 돌봄망으로 엮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 안의 신앙적 생태계와 교회 밖 마을 생태계를 지역심방의 개념으로 묶어 영적 돌봄망을 형성해야 한다. 지역과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심방하면서 돌보면서 ‘돌봄망’과 ‘생명망’으로 짜들어가는 것이다. 마을이 바로 이러한 사회적 자궁과 사회적 자본이 되면서 소통하고 상생할 때, 주민들은 신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비로소 마을은 생명 넘치는 축제의 장과 마당으로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온생명 마을교회’의 모습이다. 우리가 마을의 학습 복지 문화 생태계를 중심으로 서로 협동하고 돌보며, 상생하는 온생명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 운동이요, 작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생명교회의 길이 될 것이다.